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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재글 바다를 건너온 글 - 요나서를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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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media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28회   작성일Date 25-09-23 10:07

    본문

    바다를 건너온 글 ― 요나서를 마치며

    •  
     

    조원태 목사의 '요나서로 묻는 17개 질문'

    연재의 여정

    말씀 앞에서의 시간은 바다를 건너온 긴 여정 같았습니다.

    열일곱 개의 질문은 작은 파도처럼 제 삶을 흔들었고,

    그 파도는 잠든 침묵을 깨우며 길을 열었습니다.

    요나는 제 안의 또 다른 얼굴이었고,

    그를 마주할 때마다 삶의 결이 드러났습니다.

    처음은 도망이었습니다.

    멀리 달아나고 싶었던 기억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달아남조차 하나님의 추적이었고,

    그 추적이 결국 제 구원이었음을 요나는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 다음은 회피와 분노였습니다.

    나의 옳음을 붙잡느라 하나님의 자비를 놓칠 때,

    요나는 제 어두운 거울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다시 묻고, 기다리고, 품으셨습니다.

    마지막에 이르러 알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은 끝내 ‘아끼신다’는 것을.

    그 아끼심은 감정이 아니라,

    고통을 감내하는 사랑이었고, 십자가에까지 이른 연민이었습니다.


    설교와 글쓰기

    2024년, 저는 7개월 동안 뉴욕우리교회 주일예배 강단에서 요나서를 설교했습니다.

    그 설교들은 글이 되어 바다를 건넜습니다.

    남은 여운은 제 안에서 오래 울렸고, 저는 그 떨림을 이어가며 시와 글을 함께 써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2025년 4월 부활절부터 9월까지,

    저는 열일곱 편의 글로 이 여정을 이어갔습니다.

    뉴욕의 서재와 교회, 도서관을 오가며, 때로는 서재의 밤을 꼬박 새우며 문장을 썼습니다.

    어떤 날은 뉴욕의 겨울바람 속에서,

    또 어떤 날은 여름 파도 소리 속에서 글을 썼습니다.

    멀리 영국을 다시 찾아가, 버밍엄의 서고와 좁은 골목에서 오래된 떨림을 다시 붙들었습니다.

    또 한국 DMZ 접경 마을을 걸으며, 철책 너머 날아든 새소리와 바람 소리를 묵상처럼 받아 적었습니다.

    하나님의 아끼심

    나는 요나처럼 도망치던 발걸음이 있었고, 지금도 여전히 부끄러운 사람입니다.

    그러나 그 부끄러움을 안고 다시 말씀 앞에 서며,

    하나님의 아끼심에 붙들린 채 글을 마칩니다.

    그 부끄러움이야말로 하나님이 여전히 나를 부르시는 자리였음을 이제야 고백합니다.

    요나서는 독특한 예언서입니다.

    그 독특함이 오히려 우리 시대의 진실을 드러냅니다.

    말보다 침묵이 무겁고, 심판보다 연민이 앞서는 하나님의 마음.

    그 마음이 국경을 넘어, 교회의 담을 넘어,

    우리 각자의 닫힌 문을 두드립니다.

    하나님은 여전히 한 영혼을 깊이 사랑하시며,

    그 사랑은 시대와 공간을 건너 흐릅니다.

    21세기 우리는 흔들리고, 회피하며, 자기 확신에 갇혀 살아갑니다.

    분노와 두려움 속에서 우리는 요나처럼 동편에 초막을 짓고 앉아,

    세상의 심판을 구경하려 합니다.

    그러나 요나는 말해 줍니다.

    도망친 자도, 분노한 자도, 회피한 자도 하나님은 포기하지 않으신다고.

    하나님은 여전히 우리를 아끼신다고.

    그 아끼심은 우리의 자격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이 끝내 놓지 않으시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시작

    이제 열일곱 개의 물음표를 덮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입니다.

    이 물음들이 독자들의 신앙에 쉼표가 되고,

    느낌표가 되고,

    마침내 하나님 앞에 서는 마침표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바다는 여전히 출렁이고,

    요나는 여전히 우리 곁에 서 있습니다.

    물고기 뱃속에서 들었던 침묵의 떨림이 이제 글이 되어,

    바다를 건너, 당신의 마음에도 닿기를 바랍니다.

    글은 끝났으나 파도는 멈추지 않습니다.

    말씀은 여전히 살아 움직이며 우리를 부르고 있습니다.

    언젠가 다시 요나서를 펼칠 때,

    그 파도가 또 다른 이야기를 시작할 것입니다.

    조원태 씀

    2025년 가을, 뉴욕의 작은 서재에서